지구 마지막 자원 개척지로 불리는 바다 밑, 그 이면에는 상충하는 두 개의 논리가 존재한다. 한쪽은 급증하는 금속 수요를 감당하려는 산업계의 현실, 다른 한쪽은 복구 불가능한 해양 생태계 훼손을 우려하는 과학계의 경고다. 산업계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전기차, 재생에너지 기술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려 하지만, 과학계는 해저 생태계가 받는 충격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심해 채굴 기술의 진보와 함께, 해저 자원을 둘러싼 논의는 이제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환경 윤리, 생물 다양성 보존, 기술 책임까지 포함하는 총체적 선택의 영역이 되고 있다.
인간이 가장 늦게 도달한 생태계, 심해
심해는 지구 표면의 60% 이상을 차지하지만, 인류가 실제로 탐사한 범위는 5%도 되지 않는다. 평균 수심 4000~6000미터, 지상의 수백 배에 달하는 기압, 영하에 가까운 온도, 완전한 어둠 속에서도 생명은 존재한다. 특히 해저열수 분출구 주변에는 지구 생명체의 초기 형태로 여겨지는 미생물과 독립 생태계가 발견되고 있다. 이 생물들은 태양 없이도 화학 에너지를 통해 생존하며, 생명 기원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연구 대상이다. 일부는 지구 외 생명체 가능성을 연구하는 천체생물학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태계는 대단히 섬세한 균형 속에 존재하고 있어, 외부 자극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단지 몇 도의 온도 변화나 물리적 교란만으로도 생물 군집이 붕괴될 수 있으며, 이 회복에는 수십 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채굴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파장
심해 채굴은 해저 지층을 긁거나 파내는 물리적 행위이기에, 필연적으로 주변 환경을 변화시킨다. 채굴 장비가 통과하면서 발생하는 슬러리(혼탁한 퇴적물)는 수 킬로미터 이상 확산돼 시야를 가리고, 필터 피딩을 하는 생물들의 먹이 섭취를 방해한다. 더 큰 문제는 이 슬러리가 해류를 따라 예측 불가능한 범위로 퍼지며, 채굴 지역 외 생태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채굴 부근의 생물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해저 저층에서 위층으로 이어지는 먹이망 전체가 교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열수광상 채굴은 지질 구조 자체를 교란하기 때문에, 그 주변에 특화된 생물군의 서식지가 영구적으로 사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들 생물군은 대부분 특정 미세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며, 한 번 터전이 무너지면 다른 곳으로 이주하거나 복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교란 이후에도 생물 다양성은 수십 년 이상 회복되지 않으며, 일부 종은 완전히 멸종할 수 있다. 이러한 생태 손실은 단순한 종의 사라짐을 넘어, 해양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위협할 수 있다.
미래를 위한 필연적 개발과 산업계의 시선
산업계는 해양 자원 채굴을 회피할 수 없는 현실로 보고 있다. 전기차, 풍력 터빈, 스마트폰, 반도체 등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산업이 희귀 금속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 중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발트와 니켈의 60% 이상이 일부 국가에 집중되어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다. 해저 자원은 이러한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으며, 광물 순도 또한 높아 정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산업계는 최신 채굴 기술을 통해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육지 개발보다 환경 부담이 적은 방식이라 강조한다. 나아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기술 전환 속에서, 안정적인 금속 공급 없이는 지속 가능한 전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도 펼친다.
과학계가 경고하는 되돌릴 수 없는 피해
과학계는 아직 많은 부분이 밝혀지지 않은 해양 생태계를 향한 무분별한 채굴 시도를 경계한다. 특히 생태계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그 영향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유럽, 캐나다, 뉴질랜드 등은 공식적으로 심해 채굴 모라토리엄을 지지하거나 검토하고 있으며, 국제해저기구에도 환경영향평가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지금의 기술로는 해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 특정 지역에서는 심해 미생물에서 추출된 효소가 의약품, 환경복원 등 다른 산업에도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되어, 생물자원의 상업적 가치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국제 규범과 사회적 합의는 가능한가
현재 해저 자원 개발은 국제해저기구(ISA)가 관리하지만, 산업계의 요청에 비해 규제는 여전히 느슨하다는 지적이 있다. ISA는 각국에 탐사 및 채굴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환경 기준은 강제력이 약하고 표준화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한 개발 속도에 비해 규제나 감시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와 기업은 이를 이용해 조용히 개발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해양은 국경이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어느 한 국가의 기준만으로는 전체를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생태계 보존과 개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과학자, 정책결정자, 기업,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투명한 협의 구조가 필요하며, 장기적 관점에서의 국제 공조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