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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일본이 보여주는 해저 자원 전략의 각기 다른 방향

by 샤빠 2025. 6. 14.

첨단 산업이 급속히 확장되면서 희소 금속 확보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전기차, 반도체, 에너지 저장 장치 등 미래 산업의 핵심은 니켈, 코발트, 리튬과 같은 금속 자원에 달려 있으며, 이들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기존의 육상 자원만으로는 이 같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많은 국가들이 새로운 공급처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심해 광물’은 접근성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원 확보의 돌파구이자 미래 지정학적 질서를 바꿀 수 있는 전략 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은 기술력과 해양 탐사 역량을 바탕으로 해저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에 가장 앞장선 국가들이다. 세 나라가 선택한 해저 자원 확보 방식은 기술력뿐 아니라 국가의 외교적 입장과 산업 구조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이며, 그 결과는 이미 지역 내 긴장과 협력 양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해저기구의 체계 아래 움직이는 한국

한국은 비교적 늦게 심해 자원 탐사에 뛰어들었지만, 체계적이고 신중한 접근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1990년대부터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을 중심으로 해저 탐사 기술 개발을 본격화했으며, 현재 태평양의 클라리온-클리퍼튼 존(CCZ) 내 두 개의 광구 탐사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제해저기구(ISA)의 정식 승인을 받은 구역으로, 한국은 이에 따라 정밀한 환경영향평가, 해양 생태계 모니터링, 채굴 전 사전 탐사자료 구축 등 국제 규범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탐사에서 채굴로의 전환을 단기 목표로 삼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 내재화와 규범 준수를 우선시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심해 채굴이 국제 사회의 감시와 우려의 대상인 만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최근에는 현대중공업,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민간 기업들이 시범 장비 개발과 공동 실증에 참여하면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해양 자원 확보에 나서는 구조도 정착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자원 확보뿐만 아니라 외교적 위상 제고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술력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국제 협력을 확대해 나가며, 한국은 '책임 있는 해양 자원국가'라는 이미지를 점차 공고히 해가고 있다.


양적 팽창에 집중하는 중국의 거침없는 행보

중국은 해양 자원 확보를 ‘국가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제해저기구(ISA)를 통해 확보한 탐사 구역만 5곳 이상에 달하며, 이는 ISA 등록 국가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이러한 행보는 단순한 자원 탐사를 넘어, 해양 패권 확보를 겨냥한 장기적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중국은 빠른 속도로 독자적인 심해 채굴 역량을 키우고 있다. 해저 채굴 드론, 자율 무인 잠수정(AUV/ROV), 수중 통신 시스템 등에서 자립도를 확보하고 있으며, 일부 장비는 수심 5000미터 이상의 극한 환경에서도 시범 운용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 국영 기업과 국책 연구기관들은 채굴 시스템과 부유식 생산 플랫폼(FPSO)까지 통합하는 수직계열화를 추진 중이다.

중국의 전략은 기술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 국제 규범과의 조율보다는 자국 중심의 해양 법체계를 선호하고, 다자간 조약보다 양자 간 계약을 통해 자원권리를 확보하려는 경향도 뚜렷하다. 이는 해저 자원을 둘러싼 질서 형성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포석으로, 자원 주도권뿐 아니라 규범 주도권까지 확보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은 해양 자원을 둘러싼 국제적 긴장을 높이는 요소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자원 확보 경쟁이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와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은 바다를 단순한 자원의 저장소가 아니라, 자국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으로 인식하고 행동하고 있는 셈이다.


기술 정밀도와 환경성 강조하는 일본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심해 자원 탐사에 나선 국가다. 이미 1980년대부터 정부 주도로 해양 탐사 기술을 꾸준히 축적해왔으며, 2017년에는 오키나와 인근 해역에서 해저열수광상 채굴 테스트를 세계 최초로 성공적으로 마치며 주목을 받았다. 이 성공은 단순한 기술 데모를 넘어, 심해 자원이 상업적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일본은 ‘기술력과 환경 책임’을 병행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자국이 강점을 가진 정밀 기계공학, 센서 기술, 원격 조작 시스템 등을 적극 활용해 심해 채굴 장비의 정밀도와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저교란 방식의 채굴 기술 개발에도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은 단지 채굴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 사회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해양 전략은 정부와 민간의 긴밀한 협력 위에서 작동한다. 미쓰비시중공업, 스미토모 금속광산, JOGMEC(일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 등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는 자원의 탐사와 채굴뿐 아니라, 향후 상용화까지를 고려한 중장기적 시나리오에 기반한다. 특히 이들은 탐사-개발-정제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완성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세 나라의 전략 차이가 드러내는 현실

한국은 국제 규범에 부합하는 모범적 모델을 구축하며, 자원 개발과 환경 보호 사이의 균형을 중시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해저 광구 확보 이후에도 생태계 모니터링, 환경영향평가, 기술 검증 등 국제해저기구(ISA)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국제 사회에서 책임 있는 자원국으로 신뢰를 얻고 있다.

반면 중국은 빠른 속도의 기술 확보와 자원 선점에 집중하며, 양자 협상과 독자적 기준을 통한 자원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ISA 산하에서 가장 많은 탐사권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독자적 채굴 시스템과 무인 장비 개발을 통해 기술 자립도를 빠르게 높이고 있으며, 자원 확보를 국가 안보의 핵심 축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선 지정학적 확장 전략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일본은 기술력 기반의 정교한 접근과 함께, 친환경 이미지와 규범 기반 협력을 강조하는 중도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심해 채굴에 성공한 몇 안 되는 국가로서, 자국 내 대형 민간 기업과 공공 연구기관의 유기적 협업 구조를 통해 기술 상용화 가능성도 높게 평가받는다. 또한, 생물 다양성 보호와 저충격 채굴 방식 등 환경 책임까지 포함한 지속가능성 전략을 병행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쌓고 있다.


자원 확보를 넘어선 미래 질서의 설계

심해 자원을 둘러싼 한·중·일의 경쟁은 단순한 채굴 능력을 겨루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 경쟁은 기술 개발, 외교 전략, 자원 외교, 국제 규범 설정 등 복합적인 국가 역량이 총동원되는 종합전략의 장이 되고 있다. 특히 누가 먼저 상업적 채굴 체계를 완성하고 국제적 기준을 선도하느냐는, 향후 수십 년간의 자원 패권과 산업 질서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책임 있는 자원 개발국의 모델을 만들고 있으며, 일본은 기술력과 환경 보호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양자 협상과 독자 기술로 규범의 틀 자체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처럼 세 국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해양 질서에 개입하고 있으며, 이는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해저 자원의 지형도를 바꿀 잠재력을 내포한다.

향후 심해 광물은 단순한 산업 자원을 넘어, 국가 전략의 핵심 축, 기술 독립의 바로미터, 외교력의 시험대로 작용할 것이다. 누가 심해를 먼저 다스리는가에 따라 미래 자원의 지도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의 균형도 달라질 것이다. 해저는 이제 미지의 공간이 아닌, 차세대 경쟁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