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지구 밖 자원보다 먼저 주목받는 해저 전략광물 확보 경쟁

by 샤빠 2025. 6. 14.

우주에서 자원을 찾기 전에, 인류는 먼저 지구 바다 속의 광물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심해에 묻힌 망간단괴, 코발트각력암, 해저열수광상 등은 배터리와 첨단산업의 기반이 되는 금속들로, 자원 확보를 둘러싼 국제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자원은 희귀하면서도 전략적 가치가 높아, 향후 국가 간 경제력뿐 아니라 외교력, 기술력까지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여러 국가들이 탐사권을 확보하고 기술 개발에 착수하고 있으며, 민간 기업과 정부 간 협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해저 전략자원의 경제적 의미, 주요 국가들의 기술력 경쟁, 외교적 움직임, 그리고 미래 자원 질서의 재편 가능성까지 본격적으로 파헤쳐 본다.

심해 전략자원의 경제적 가치

지금까지 자원 확보의 주요 무대는 육지였지만, 지표면 자원의 고갈과 환경 규제로 인해 자원의 무게중심이 바다로 이동하고 있다. 심해에는 니켈, 코발트, 구리, 리튬 등 4차 산업에 필수적인 금속이 고농도로 분포돼 있으며, 특히 태평양 클라리온-클리퍼튼 존(CCZ)에는 수십억 톤의 망간단괴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자원들은 불순물이 적고 정제 효율이 높아 상업성 측면에서도 큰 잠재력을 가진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풍력터빈, 스마트폰 칩, 군사용 합금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되며, 향후 공급망 안정성과 직결된다. 최근에는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이러한 금속 자원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가치 때문에 심해 전략자원은 단순한 채굴 대상이 아닌, 미래 산업 패권의 열쇠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국가 간 기술 및 외교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별 경쟁 구도와 기술력

전략자원의 확보는 기술력과 직결된다. 일본은 해저열수광상 채굴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킨 바 있으며, JAMSTEC와 민간 기업이 협업해 복합 탐사 시스템을 운용 중이다. 중국은 5000미터 심해 채굴 드론 시범 운용에 성공했으며, 국가 차원에서 해저 자원을 전략 자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특히 자율 해저 탐사로봇, 심해 센서 네트워크, 해양 드론 통합 플랫폼 개발을 통해 독자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은 KIOST를 중심으로 채굴 통합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시범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과 민간 기업의 엔지니어링 역량이 점차 결합되며 기술 내재화가 진행되고 있다. 유럽의 GSR(Global Sea Mineral Resources), The Metals Company(TMC) 등은 국제해저기구(ISA)로부터 탐사권을 확보하고, 로봇 시험 채굴, 환경영향평가(EIA) 등의 실증 단계를 선도하고 있다.

우주 자원보다 가까운 전략지점

최근 화성, 소행성 등 우주 채굴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지만, 기술·비용·안전성 면에서 심해 자원 개발이 훨씬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발사체 개발, 자원 회수, 지구 귀환이라는 고비용 3단계를 거쳐야 하는 우주 채굴과 달리, 해저 채굴은 이미 일부 기술이 실증 단계에 접어들었고, 국제적 관리 체계도 갖춰져 있다. 특히 심해는 우주보다 지속적인 관측과 실시간 데이터 수집이 용이하며, 위성 기반 해양 매핑, 수중 드론, 자율 운항 로봇 등 정밀한 탐사 기술이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해양 관련 국제기구(예: 국제해저기구 ISA)를 통한 제도적 토대가 마련되어 있어 정책적 예측 가능성도 우주보다 높다. 이는 향후 수십 년간 우주 대신 바다를 중심으로 한 자원 전쟁이 벌어질 것임을 시사하며, 실용성과 전략적 시급성 측면에서 훨씬 앞선 과제로 평가받는다. 특히, 첨단 산업의 금속 수요가 폭증하는 현시점에서 해저 자원 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다가오고 있다.

외교와 안보의 새로운 축

심해 전략자원은 외교적 레버리지로도 기능한다. 국제해저기구(ISA)는 공해상 자원의 탐사와 개발을 관리하며, 이로 인해 각국은 국제 규범을 기반으로 탐사권을 할당받는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 등 일부 국가는 다자주의 체계를 벗어난 양자 계약과 비공식 협정 중심의 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해양법적 질서의 안정성을 흔들 수 있으며, 자원 접근성에 대한 형평성과 갈등 요인을 증폭시킨다. 심해 광구 확보는 이제 자원 문제를 넘어 안보, 외교 전략의 일환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자원을 매개로 한 새로운 외교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기술 동맹이나 탐사 정보 공유 협정 등은 앞으로의 자원 외교 지형을 재편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미래를 결정하는 건 기술이 아닌 규범

기술력은 심해 자원 개발의 필수조건이지만, 궁극적으로 미래를 좌우할 변수는 국제적 규범과 협력체계다. 자원의 평등한 배분, 생태계 보호 기준, 데이터 공유 체계 등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는다면 자원 독점과 환경 파괴라는 이중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아직 완전하지 않은 해양 환경영향평가 기준이나 자원 회수 후 책임 소재에 대한 불명확성은 심각한 국제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국제사회는 심해 전략자원을 둘러싼 경쟁을 관리 가능한 틀 안으로 넣기 위해 협약과 기준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하며, 한국 또한 기술뿐 아니라 규범 설정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인류가 심해라는 마지막 개척지를 어떻게 다룰지는, 단순한 채굴 기술이 아니라 공동체적 합의와 책임 의식에서 비롯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