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에서 캐낸 금속이 왜 우리의 식탁과 연결되는 걸까? 심해 광물 채굴은 단순한 자원 확보를 넘어,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의 안전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바닷속 생태계가 무너지면 그 영향은 곧바로 해양 먹이사슬에 번지게 되고, 이는 결국 어류와 해산물로 이어지는 인간의 식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해저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슬러리(혼탁물), 중금속 노출, 저서생물의 서식지 파괴 등은 해양 환경 전반을 교란시키며, 그 여파는 인간의 건강과 식량안보에까지 확장된다.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물들이 사라지면 우리의 식탁 위 구성도 바뀔 수밖에 없다. 심해 채굴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먹고 사는 방식에 직접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현실적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해양 먹이사슬의 시작점, 플랑크톤의 위기
해양 생태계의 기초를 이루는 것은 식물성 플랑크톤이다. 이 미세한 생명체들은 태양광을 흡수해 광합성을 수행하며, 바닷속에서 유기물 생산의 근간을 담당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유기물은 해양 생물 대부분의 에너지 원천으로 작용하고, 나아가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소 순환에도 기여한다. 하지만 심해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슬러리(혼탁물질)는 예측 불가능한 해류를 따라 상층부로 퍼질 수 있다. 이 혼탁물은 바닷물의 투명도를 급격히 낮추며, 플랑크톤이 생존에 필수적인 빛을 흡수하는 데 큰 방해가 된다.
이러한 광차단 현상이 지속되면, 식물성 플랑크톤의 개체 수는 급감하게 된다. 문제는 이들을 먹이로 삼는 동물성 플랑크톤, 작은 갑각류, 그리고 그를 먹는 중형 어류와 해양 포유류까지 연쇄적인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즉, 미세한 먹이생물의 감소는 고등 포식자의 개체 수 변화로 이어지고, 이는 곧 어획량의 감소와 해산물 공급의 불안정성을 야기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고등어, 멸치, 오징어 같은 주요 식용 어종 역시 이 생태 고리에 속해 있기 때문에, 단순히 해저 바닥에서 일어난 교란이 수년 내 우리 식탁의 풍경을 바꿔놓을 수 있다.
금속보다 무서운 중금속, 식탁 위로 올라올까?
망간단괴나 열수광상을 채굴할 때는 단순히 필요한 금속만 추출되는 것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해저 지층이 물리적으로 교란되면서 다양한 중금속들이 함께 분출된다. 특히 코발트, 니켈, 납, 카드뮴, 아연, 크롬 등은 대표적인 독성 금속으로 분류되며, 이들은 해수에 용해되거나 슬러리 형태로 장기간 해류를 따라 확산된다. 이 금속들은 단순히 퍼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양 생물의 조직에 점차 축적되기 시작한다. 문제는 이 중금속들이 생물학적으로 분해되지 않으며, 생물 개체 간의 먹이사슬을 따라 점점 더 높은 농도로 농축된다는 점이다.
이른바 **생물농축(Bioaccumulation)**과 생물증폭(Biomagnification) 현상이 일어나면, 해양 생태계의 최상위에 있는 포식어류나 해양 포유류, 심지어 조개류나 해조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생물들이 인간의 식품으로 섭취될 경우, 중금속은 그대로 우리 몸에 흡수될 수 있으며, 장기간 노출 시 신경계, 신장, 간, 생식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카드뮴과 납은 특히 발암 물질로 분류되며, 태아나 유아의 발달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바다의 청소부가 사라진다: 저서생물과 생태계 균형
심해저에는 해양 생태계의 ‘청소부’라 불리는 다양한 저서생물들이 밀집해 서식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퇴적물 속에 파묻혀 있거나 해저 지표면에서 유기물 찌꺼기, 죽은 생물의 잔해 등을 분해하며 생태계 순환의 핵심 고리 역할을 수행한다. 바다의 정화 작용과 영양염 순환, 그리고 탄소 격리 기능까지 이들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다모류, 갑각류, 극피동물, 해양 벌레, 해면동물 등이 있으며, 일부는 특정 퇴적 조건에만 적응한 종으로, 심해저의 미세한 변화에도 매우 민감하다.
그러나 심해 광물 채굴이 진행되면 이들의 삶의 터전은 가장 먼저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채굴 장비가 해저 바닥을 긁거나 파내면서 생기는 물리적 교란은 저서생물의 서식지를 완전히 파괴하거나, 이들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꾸어 놓는다. 특히 망간단괴 위나 주위에 고착된 생물은 이동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장비가 한 번만 지나가도 대규모로 멸종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채굴 시 발생하는 슬러리와 부유물이다. 미세한 퇴적물이 해류를 따라 수 킬로미터 이상 퍼지며, 이로 인해 저서생물들이 호흡과 섭식에 사용하는 기관이 막히거나, 유기물 탐지 능력이 저하된다. 특히 필터 피딩(feeding)을 하는 종들은 부유물에 포함된 유해 성분에 장시간 노출되며 생리 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겪게 된다.
식량 안보로 번지는 생태 문제
해양 생태계는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 경관의 일부가 아니다. 그것은 전 세계 수십억 인구에게 필수적인 단백질을 공급하는 식량 기반이자, 글로벌 식품 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핵심 자원이다. 특히 어류, 조개류, 갑각류 등 해산물은 아시아, 아프리카, 남태평양 섬나라를 비롯한 수많은 지역에서 일상적인 식사의 주요 단백질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식량기구(FAO)에 따르면, 35억 명 이상이 섭취하는 동물성 단백질 중 해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해 광물 채굴이 특정 해역의 해양 생태계에 교란을 일으킬 경우,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해양 먹이사슬의 중·상위에 위치한 상업용 어종이다.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슬러리(혼탁한 퇴적물), 중금속 확산, 해저 서식지 파괴 등은 직접적으로 해당 해역의 생산성과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킨다. 이는 결과적으로 어획량의 감소로 이어지며, 특히 해양 생물 다양성에 의존해 생계를 이어가는 연안 어민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재앙이 될 수 있다.
해양 자원 개발의 윤리, 환경 보존과의 균형점
심해 자원은 분명히 인류에게 매력적인 미래 자원이다. 희소 금속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며, 4차 산업혁명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핵심 재료 공급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심해 자원 개발은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와 인간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윤리적 기준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최근 유럽연합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심해 채굴에 대한 일시적 중단’을 선언하거나, ‘충분한 환경영향 연구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개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은 국제해저기구(ISA)에 정식으로 정책 유보 요청을 제출했고, 몇몇 국가는 자국 내 법률을 통해 민간기업의 심해 개발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단지 보수적인 태도를 넘어, 지속 가능성과 윤리성을 새로운 표준으로 삼으려는 글로벌 흐름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