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수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였던 리조트들이 조용히 문을 닫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다. 화려한 외관과 다양한 편의 시설, 지역 경제를 견인하던 중심지였던 그곳들은 이제 풀과 먼지가 가득한 폐허로 남아 있다. 한동안은 가족 단위 여행객과 단체 관광객이 몰려들며 활기를 띠었지만,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고 수익이 사라지자, 유지비조차 감당하지 못한 채 조용히 문을 닫았다. 방치된 채 남겨진 이 리조트들은 단순한 실패 사례로 보기엔 너무 많고, 각기 다른 지역에 위치해 있음에도 놀라울 만큼 유사한 흐름과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 속엔 무리한 개발, 잘못된 수익 모델, 변화하는 관광 트렌드에 대한 대응 부족이라는 공통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붐을 타고 건설된 허상 위의 휴양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리조트 개발 붐’이 일었다. 정부의 지역 균형 개발 정책과 맞물려, 각 지방자치단체는 앞다투어 관광 단지를 유치했고 민간 자본은 투자 수익을 기대하며 고급 리조트 건설에 나섰다. 특히 강원도, 충청남도 해안가, 제주도 등 자연 경관이 뛰어난 지역은 그 열풍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리조트는 장기적인 수요 분석이나 유지 가능성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 없이 지어졌다. 당장의 분양 수익과 개장 초기의 붐에만 의존한 사업 구조는 결국 한계를 드러냈고, 입지가 좋지 않거나 교통이 불편한 리조트들은 점점 외면받기 시작했다. 오히려 대도시 근교의 소형 숙박시설이나 에어비앤비 같은 대안 관광이 늘어나면서, 대규모 리조트의 필요성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공통적으로 반복되는 수익 모델의 오류
버려진 리조트들에는 흥미롭게도 공통적인 수익 구조가 존재한다. 대부분은 회원권 판매 또는 분양을 통해 초기 자본을 조달하고, 이후 운영 수익으로 유지비를 감당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투숙률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운영사가 파산하거나, 분양 받은 이용객들이 실제로 방문하지 않으면서 수익 모델은 붕괴되기 시작했다.
특히 회원제 리조트의 경우, 일시적인 혜택이나 선심성 마케팅에 이끌려 구매한 회원들이 이후 이용 예약 과정에서 불편함을 겪거나, 시설이 빠르게 노후화되면서 해지 요청이 이어졌고, 결국 자금 유동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구조적인 취약점은 한두 해의 불황만으로도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관광 트렌드 변화에 뒤처진 리조트들
과거 리조트는 가족 단위의 단체 관광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대형 워터파크, 키즈존, 연회장, 대규모 객실 등이 중심이었고, 비교적 정형화된 패키지 여행과 잘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관광 트렌드는 개인 중심, 소규모, 맞춤형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대형 시설보다는 감성적인 숙소,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작은 숙박 공간, 체험 중심의 지역 여행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대형 리조트는 오히려 ‘낡은’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각인되었고, 시대에 뒤처진 공간이라는 인식까지 더해지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리모델링을 위한 비용은 부담스러울 만큼 컸다. 게다가 시설 운영비, 인건비, 세금 등 고정 비용은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수익은 급감했고, 결국 폐업이라는 선택 외에는 대안이 남지 않았다.
지역 경제에 남긴 그림자
버려진 리조트는 단순히 민간 자산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많은 경우 해당 리조트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유치와 지원 속에 건설되었고, 주변 도로 정비, 상하수도 인프라 확충, 세금 혜택 등 다양한 행정적 지원이 뒤따랐다. 하지만 리조트가 문을 닫으면서 그 투자들은 회수되지 못한 채 지역 예산 손실로 이어졌고, 일자리와 관광객을 기대했던 지역 주민들은 오히려 유휴 공간과 슬럼화된 환경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게 되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폐리조트를 둘러싼 법적 분쟁도 지속되고 있다. 미등기 회원권, 체납 세금, 책임 소재 불분명 등으로 인해 장기간 방치되며 환경 문제나 범죄 우려까지 낳는 사례도 있다. 결국 버려진 리조트는 지역 발전의 상징이 되기는커녕, 해결되지 못한 문제로 남아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시 쓰일 수 있을까? 재활용의 가능성과 한계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폐리조트는 새로운 방식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폐업한 리조트를 리모델링해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장기 체류 공간이나 청년 창업인을 위한 임대형 셰어 하우스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들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영화 촬영지, 캠핑장, 예술촌 등 특색 있는 문화공간으로 전환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리조트가 이런 기회를 맞는 건 아니다. 노후화 정도, 위치, 토지 소유권 문제, 지역 커뮤니티와의 갈등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는 매각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오랫동안 흉물로 방치되는 사례가 훨씬 많다. 결국, 실패한 리조트의 재활용은 기획 단계에서의 신중함이 얼마나 필요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